바람에 나부끼는 연기처럼
文奉志洪
6
1252
2020.12.15 18:42

코로나 19로 인하여 많이 힘들지만
뭉크미술원장님이 보내주신 작품이 모든 근심을 이기게 합니다.
제목; 안녕이라고 말 하지 마. <**연재소설**>
지은이 : 서울바른플란트 (文奉志洪)
제 84화 : 바람에 나부끼는 연기처럼
깊은 잠에서 깬 소망은 몸이 상쾌하고 가벼웠다.
약간의 배고픔을 느끼면서 침대에 누워 이제 며칠 안남은
대학생활을 정리 하려고 이것저것 목록을 적어본다.
연극 시나리오 문제도, 친구들과 조촐한 작별인사도,
친척과의 모임도, 교수님께 감사의 문안도,
5년은 비워둘 자신의 방 문제를 생각해 보기도 한다.
가장 어려운 장우 문제도, 어떻게 시간을 쪼개야 할지
당혹스러운데 병원을 다니느라 거의 하루를 보냈으니 초조하기만 하다.
가벼운 샤워를 하려고 일어서는데,
한쪽 벽에 기대어진 커다란 보자기 꾸러미가 눈에 뛰었다.
<이게 뭐지> 쉽게 풀어지는 보자기를 치우고 그림을 보는 순간
소망은 <이럴수가...>
은은한 향이 배어나듯 자태를 뽐내는 액자 안에 펼쳐진
오색의 꽃과 너울거리는 나비,
어우러진 배경색채와 말을 하며 유혹하는 깊은 호수,
몇 개 안되는 계단인데도 끝없이 이어져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하는 신비한 그림.
화려한 궁궐로 안내하듯 나무와 손짓하고,
하나도 숨김없이 나체로 가슴을 열어 헤친 듯 붉게 타오르는 숲,
하얀 섬광을 타고 태양이 내리는 보랏빛을
입에 물고 연기처럼 춤을 추는 여인은
세상 모든 정을 담고 성숙한 세련미를 간직한 채
살짝 돌아보지만, 분명 그 여인은 수줍은 소녀의 모습을 머금은 장우의 사부다.
이난영 교수님 결혼식장에서 마주 앉아 식사를 했던 곱디고운 혜민이 분명하다.
소망은 남들이 말하는 부잣집 큰 딸로 필요한 모든 것을 소유할 수 있었다.
천성이 착하고, 사리가 반듯한 관계로 친구가 많았고,
부족한 것이 없어 명랑 쾌활하게
어린 시절을 보냈다.
슬픈 사연을 접하면 장소를 불문하고 눈물을 흘리는 감성이
풍부한 소녀였다. (훗날 이런 감성이 작가가 되는 계기가 된 것이다)
그날도 친구의 엄마가 돌아가시자 장지를 쫓아가
하관식도 보고 궂은 심부름 다한 후,
친구와 함께 울며 친구를 위로하고 혼자 밤길을 걷다
불량배를 만나 겁에 질려 있는데,
장우가 오토바이를 타고 지나치다 소망을 보고 불량배를 물리친 것이다.
고맙다는 인사정도는 해야 된다는 생각에 오토바이에 적힌
상호를 친구에게 수소문하여
장우의 핸드폰을 알아낸 후에 장우에게 피자를 사겠다고 하자,
전화 속 주인공은 오히려 소망 보다 더 떨며 존댓말로 응했다.
사람이 많고 밝은 가게 안에서,
고작 나눈 대화는 몇 학년이니, 어느 학교니,
너 싸움 잘하던데 공부는 별로지 했던 기억이 났다.
장우는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고는 시큰둥하게 말했다.
어제는 어두워서 잘 몰랐는데 너 말이 조금 많은 거 알아,
난 김장우야 / 이름이 뭐니 너 예쁘다.
마음도 예쁘면 좋겠다. 먹어 난 피자별로야.
소망이 얌전하게 천천히 먹자,
장우가 허겁지겁 나머지 피자를 다 먹어 치우고는,
<나가자, 집을 아니까 내가 바래다줄게>
<난 성격상 이런 곳에 오래 있으면 몸에 두드러기 나는 거 같아 싫어>
둘은 나란히 길을 걷는 이유를 모를 정도로 한마디 말도 없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했다.
소망의 집 앞에 오자 장우가 먼저 <들어가 피자 잘 먹었다>
<그래, 시간 내 주어서 고맙다. 언제 나 오토바이 한번만 더 태워 줄래?>
<내 전화 번호 찍혔지 / 아무 때나 전화하면 내가 나갈게 / 잘가>
장우가 가다말고, <“소망이라고 했지/ 나 생각보다 공부 잘해 또 보자”>
영화의 한 장면처럼 장우는
두 손을 바지주머니에 넣고 총총히 언덕 아래로 멀어져갔다.
장우와 헤어져 방에 들어온 소망은 엄마가 방문을 열고 들어와 자신의 빨갛게
상기된 얼굴을 보고 놀릴 것만 같아 방문을 잠그고 한참을 진정해야 했었다.
변변치 못한 말을 주고받았는데
소망은 우수에 젖은 눈망울에 말 수가 적은
장우가 오래된 벗이 되어 가슴에 젖어드는 것이었다.
장우가 전화할 때마다, 소망은 다정히 말했고,
장우가 찾아올 때마다, 소망은 그 곳에 있었다.
장우가 오토바이를 태워주면,
수많은 대화를 나누는 시간보다 더 길고 좋았다.
장우가 오토바이에서 내려주면,
말없이 내일을 기약하는 손짓으로 헤어진 나날이,
결국 장우의 마음을 열고 , 긴 이야기의 시작을 듣는 계기가 됐었다.
소망은 말 많은 소녀가 아니기에
말 없던 소년을 거역할 수 없었던 거다.
밤이고 낮이고 장우를 만나면
자신의 이야기로만 칭얼거리는 어린 소년을 보는 것이다.
뜨겁게 샤워를 하고난 소망은 액자를 책상위에 올려놓았다.
거울에 비친 자신을 보면서
장우가 만나는 혜민이 훨씬 더 곱고 아름답다고 인정한다.
소망이 갑자기 몸을 감싼 커다란 타올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우유 빛의 탄탄한 살결위로 영롱한 물방울이 머리카락을 타고 흐르는 것도
아랑곳 하지 않고 바람에 몸을 실어 꿈결같은 움직임을 가져온다.
액자의 각도를 조절하여 거울에 비친 천상의여인과,
액자 속의 여인을 불러내어,
소망은 하늘거리며 나신의 허리를 움직여 춤을 춘다.
세여인은 세상의 모든 시름을 놓고 천상의여인처럼 성숙된 자태로
선녀가 되어 연기같이 춤을 춘다.
오색영롱한 무지개가 거울에서 액자를 비추니 나풀나풀
나비가 응답하여 날고 갖은 향이 방안을 맴돌고,
나뭇가지가 팔을 흔들어 태양빛을 조절해
수줍음이 안보이게 하고는 그림 속 깊은 연못에
두 소녀의 모습이 떠올라 너울지게 한다.
처음과 나중이 없이 향연을 마친 소망은 장우를 이해하기 시작했다.
뭉크미술원장님이 보내주신 작품이 모든 근심을 이기게 합니다.
제목; 안녕이라고 말 하지 마. <**연재소설**>
지은이 : 서울바른플란트 (文奉志洪)
제 84화 : 바람에 나부끼는 연기처럼
깊은 잠에서 깬 소망은 몸이 상쾌하고 가벼웠다.
약간의 배고픔을 느끼면서 침대에 누워 이제 며칠 안남은
대학생활을 정리 하려고 이것저것 목록을 적어본다.
연극 시나리오 문제도, 친구들과 조촐한 작별인사도,
친척과의 모임도, 교수님께 감사의 문안도,
5년은 비워둘 자신의 방 문제를 생각해 보기도 한다.
가장 어려운 장우 문제도, 어떻게 시간을 쪼개야 할지
당혹스러운데 병원을 다니느라 거의 하루를 보냈으니 초조하기만 하다.
가벼운 샤워를 하려고 일어서는데,
한쪽 벽에 기대어진 커다란 보자기 꾸러미가 눈에 뛰었다.
<이게 뭐지> 쉽게 풀어지는 보자기를 치우고 그림을 보는 순간
소망은 <이럴수가...>
은은한 향이 배어나듯 자태를 뽐내는 액자 안에 펼쳐진
오색의 꽃과 너울거리는 나비,
어우러진 배경색채와 말을 하며 유혹하는 깊은 호수,
몇 개 안되는 계단인데도 끝없이 이어져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하는 신비한 그림.
화려한 궁궐로 안내하듯 나무와 손짓하고,
하나도 숨김없이 나체로 가슴을 열어 헤친 듯 붉게 타오르는 숲,
하얀 섬광을 타고 태양이 내리는 보랏빛을
입에 물고 연기처럼 춤을 추는 여인은
세상 모든 정을 담고 성숙한 세련미를 간직한 채
살짝 돌아보지만, 분명 그 여인은 수줍은 소녀의 모습을 머금은 장우의 사부다.
이난영 교수님 결혼식장에서 마주 앉아 식사를 했던 곱디고운 혜민이 분명하다.
소망은 남들이 말하는 부잣집 큰 딸로 필요한 모든 것을 소유할 수 있었다.
천성이 착하고, 사리가 반듯한 관계로 친구가 많았고,
부족한 것이 없어 명랑 쾌활하게
어린 시절을 보냈다.
슬픈 사연을 접하면 장소를 불문하고 눈물을 흘리는 감성이
풍부한 소녀였다. (훗날 이런 감성이 작가가 되는 계기가 된 것이다)
그날도 친구의 엄마가 돌아가시자 장지를 쫓아가
하관식도 보고 궂은 심부름 다한 후,
친구와 함께 울며 친구를 위로하고 혼자 밤길을 걷다
불량배를 만나 겁에 질려 있는데,
장우가 오토바이를 타고 지나치다 소망을 보고 불량배를 물리친 것이다.
고맙다는 인사정도는 해야 된다는 생각에 오토바이에 적힌
상호를 친구에게 수소문하여
장우의 핸드폰을 알아낸 후에 장우에게 피자를 사겠다고 하자,
전화 속 주인공은 오히려 소망 보다 더 떨며 존댓말로 응했다.
사람이 많고 밝은 가게 안에서,
고작 나눈 대화는 몇 학년이니, 어느 학교니,
너 싸움 잘하던데 공부는 별로지 했던 기억이 났다.
장우는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고는 시큰둥하게 말했다.
어제는 어두워서 잘 몰랐는데 너 말이 조금 많은 거 알아,
난 김장우야 / 이름이 뭐니 너 예쁘다.
마음도 예쁘면 좋겠다. 먹어 난 피자별로야.
소망이 얌전하게 천천히 먹자,
장우가 허겁지겁 나머지 피자를 다 먹어 치우고는,
<나가자, 집을 아니까 내가 바래다줄게>
<난 성격상 이런 곳에 오래 있으면 몸에 두드러기 나는 거 같아 싫어>
둘은 나란히 길을 걷는 이유를 모를 정도로 한마디 말도 없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했다.
소망의 집 앞에 오자 장우가 먼저 <들어가 피자 잘 먹었다>
<그래, 시간 내 주어서 고맙다. 언제 나 오토바이 한번만 더 태워 줄래?>
<내 전화 번호 찍혔지 / 아무 때나 전화하면 내가 나갈게 / 잘가>
장우가 가다말고, <“소망이라고 했지/ 나 생각보다 공부 잘해 또 보자”>
영화의 한 장면처럼 장우는
두 손을 바지주머니에 넣고 총총히 언덕 아래로 멀어져갔다.
장우와 헤어져 방에 들어온 소망은 엄마가 방문을 열고 들어와 자신의 빨갛게
상기된 얼굴을 보고 놀릴 것만 같아 방문을 잠그고 한참을 진정해야 했었다.
변변치 못한 말을 주고받았는데
소망은 우수에 젖은 눈망울에 말 수가 적은
장우가 오래된 벗이 되어 가슴에 젖어드는 것이었다.
장우가 전화할 때마다, 소망은 다정히 말했고,
장우가 찾아올 때마다, 소망은 그 곳에 있었다.
장우가 오토바이를 태워주면,
수많은 대화를 나누는 시간보다 더 길고 좋았다.
장우가 오토바이에서 내려주면,
말없이 내일을 기약하는 손짓으로 헤어진 나날이,
결국 장우의 마음을 열고 , 긴 이야기의 시작을 듣는 계기가 됐었다.
소망은 말 많은 소녀가 아니기에
말 없던 소년을 거역할 수 없었던 거다.
밤이고 낮이고 장우를 만나면
자신의 이야기로만 칭얼거리는 어린 소년을 보는 것이다.
뜨겁게 샤워를 하고난 소망은 액자를 책상위에 올려놓았다.
거울에 비친 자신을 보면서
장우가 만나는 혜민이 훨씬 더 곱고 아름답다고 인정한다.
소망이 갑자기 몸을 감싼 커다란 타올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우유 빛의 탄탄한 살결위로 영롱한 물방울이 머리카락을 타고 흐르는 것도
아랑곳 하지 않고 바람에 몸을 실어 꿈결같은 움직임을 가져온다.
액자의 각도를 조절하여 거울에 비친 천상의여인과,
액자 속의 여인을 불러내어,
소망은 하늘거리며 나신의 허리를 움직여 춤을 춘다.
세여인은 세상의 모든 시름을 놓고 천상의여인처럼 성숙된 자태로
선녀가 되어 연기같이 춤을 춘다.
오색영롱한 무지개가 거울에서 액자를 비추니 나풀나풀
나비가 응답하여 날고 갖은 향이 방안을 맴돌고,
나뭇가지가 팔을 흔들어 태양빛을 조절해
수줍음이 안보이게 하고는 그림 속 깊은 연못에
두 소녀의 모습이 떠올라 너울지게 한다.
처음과 나중이 없이 향연을 마친 소망은 장우를 이해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