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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 그 후에...

文奉志洪 2 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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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들꽃 그 후에...
지은이 : 文奉志洪

꿈은 이루어지지 않아도 기대하고 노력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를 행복하게 합니다.

소년은 들꽃 요정이 알려 준 방법으로 글을 쓰고 지우기를
반복한 결과 신춘문예에 당선되었다.

중년이 되어 강령이란 이름으로 153개 언어로 번역된 책
< 나의 신부에게...>의 수익금으로
어린이 재단을 설립하고 꿈나무를 후원했다.

소설의 중간 부분을 올려봅니다.

태종대의 한쪽 절벽을 찾아 영화의 제임스 딘처럼 50cm 지점에
마신 맥주 깡통을 놓고 20m터 떨어진 곳에서 오토바이를 질주하며
브레이크를 밟고 핸들을 꺾어 뒷바퀴로 깡통을 치어
파란 바닷물 속에 튀어 들어가게 하는 무모한 짓을 수없이 반복했다.

단 한번만 실수해도 넘실거리는 파도 속으로 오토바이를 타고
추락하는 거였지만, 세상에 나 하나라는 사실에 조금의 두려움 따위는 없었다.
언젠가는 넘실거리는 유혹으로 나를 바라보는 바다 속으로 떨어진다는
생각으로 지금의 고독을 이기려 했다.

오토바이 주차가 편한 부산진역을 거점으로 폭주족들과 어울리며
돈을 잘 쓰는 관계로 자연스럽게 또래의 우두머리 역할을 했다.

무리는 빠르게 이동하는 오토바이로 인하여 한곳을 거점으로 안주하지 않고
영도다리를 건너 송도까지 질주하는 하루의 일과를 즐기면서
남포동 거리와 자갈치시장에서 식사를 하곤 했다.

무리가 움직일 때 나는 오토바이소음은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지역불량배와 시비가 되어 싸움을 수없이 했다.
승리로 힘을 과신했지만 자갈치파와는
우열이 가려지지 않고 원한만 깊어졌다.

하루에 두 번 지나가는 배를 위해 다리를 들어 올렸다던 부산의 명물 다리가
튼튼한 철근 콘크리트 다리가 되었다,
판자로 이어진 상가의 중심지인 남포동거리도 고층 건물이 들어서고
자갈거리는 자갈치시장도 현대식 건물로 옛 정취만
입으로 전해지는 추억의 장소가 되었다.

멀리 파란 바다와 푸른 하늘이 만나는 수평선을 보며
이글거리는 태양이 뿜어대는 열기와 맞서서 비 오듯 흐르는 땀으로
몸을 적셔 가며 헬맷을 쓰고 오토바이를 탔다.

갈매기의 야유를 뒤로하고 좁은 차도의 차량 행렬을 헤치고
한적한 도로를 찾아 가슴이 터지도록 달리면 어느새 철중을 따르는
오토바이 무리들이 줄을 지어 도로를 점거하는 긴 행렬이 된다.

서면으로 접어들면서 새로 개통한 넓고 긴 도로를 질주하는데
경찰차의 싸이렌 소리가 뒤를 따라왔다.

수백차례의 범칙금을 철중이 다 내어주는 관계로 무리는 신경도 안 쓰고
무작정 달리고 달렸다.

해운대 모래사장이 눈앞에 들어서며 구부러진 도로를 따라
회전을 하며 속도를 높이려하는데 거대한 덤프트럭 3대가
중앙선을 넘어서면서 무리를 들어 받았다.

한명이 즉사하고 12명이 병원에 입원하는 큰 사고였다.
철중은 갈비뼈 5개가 부러지면서 그 중 한 개의 뼈가 간을 뚫으며 헤집어
놓았고 폐에 피가 고이는 문제가 발생하여 가슴을 절개하여 벌려 놓았다.

간 손실로 가슴을 봉합하지도 못하고
폐와 간에 2차 감염으로 염증이 생기지 못하도록
중환자실에서 경과를 지켜보아야 했다.

염증이 가러앉고 가슴을 봉합하고 일반실로 옮겨진 후에도
철중은 너무나 허약해져서 목구멍을 절개하고 입을 통하지 않고
마실 것과 물약과 영양분의 원액을 주입시켰다.

살기 위한 행위는 몇 달 동안 말을 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들었다.
목구멍을 봉합하고 입으로 음식을 씹는 날이 되어서야 7개월 이라는
시간이 흘렀다는 것을 실감했다.

그 긴 시간을 수정동 교회 교우님과 2살 위인 서진 누나의
간호와 헌신이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

돈은 있었지만 철중은 가족이 없는 고아라는 외로움에 몸부림 쳤다.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었지만 말이 나오지 않고 웅웅 목젖을 울리기만 했다.
간 5분의 1을 잃었고 한쪽 폐를 떼어낸 수술 후에
모두가 죽는다고 했는데 살아난 겁니다.

1년 동안을 투병한 후에 퇴원을 하면서 떠듬거리며 말을 찾았다, 
병실에서 몸을 제대로 움직이지 못할 때 서진 누나는 간호는 물론 정신을
잃고 침상에서 귀저기에 배설한 철중의 오물을 치우고
몸을 잘 닦아주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철중은 서진 누나의 부축을 받으면서 회복에 전념했다.
자유로운 새들이 모여 춤을 추며 시끄럽게 재잘거리는
소음을 보러 을숙도를 자주 찾으면서
새들의 소리에 묻혀 외로움을 잊으려 했다.

광복동거리를 거닐며 빠르게 변하는 내 고향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를 처음 고심했다.
동래 온천장에서 침대 생활로 굳어진 다리를 회복하기 위한 운동에 전념했다.

제법 걷게 되자 서진 누나와 비둘기 먹이를 주면서
멀리 바다를 보며 용두산 공원을 산책하다가 시원한 그늘에 쪼그리고 앉아
점을 봐주시는 할아버지 앞에 앉아 사주를 풀어보았다.
철중에게 역마살이 있다고 했다, 누나는 타고난 명이 길지 못하니
아홉수를 조심하라고 했다.

서진 누나와 영도 동삼동 문화의 거리에서 로미오와 쥴리엩의
거리 공연을 보고는 누나에게 사랑의 고백을 하고 싶어졌다.

동생들과 지역 상우회회원님들과 작전을 짜고는
오토바이 뒤에 누나를 태우고는
구포 장날의 정물을 보러 가자고 했습니다.

천막을 치고 각종과일과 곡식을 팔며,
옷가지와 신발, 뻥이요.를 외치고 자장면 냄새가 나고
엿장수 가위소리가 들리고 구수한 미역이며 오징어를 파는
어물전을 보았습니다.

멍멍 짖는 강아지를 이만 원에 파시는 분, 계란이요를 소리치고,
장대에 짚을 엮어 막대에 풍선을 달아 들고 다니며 파시는 분,
장미며 ,아지랑이며, 분재에 울긋불긋 이름 모를 꽃집
앞에서 리어카에 악세사리를 진열하신 분...
철중은 리어카에 다가서며 아주 작고 예쁜 보랏빛 머리빗을
서진누나의 머리에 꽂아 주고는 금색으로
빛나는 작은 반지도 가늘고 곱상한 손에 끼워주었습니다.

길고 하얀 목에 은색의 구슬목걸이로 채워주면서 누나에게 프로포즈 했습니다.
“누나 가식과 위선 없이 지금의 반지나 목걸이처럼 현제에 만족하며
아무리 작은 것도 누나와 함께하며
아무리 어렵고 힘든 것도 누나를 위해 다 이기려합니다.
누나를 사랑합니다. 언제나 제 곁에 있어주세요.“

동생들이 장고와 꽹과리로 요란한 소리로 “결혼하세요. 결혼하세요.”를 외치고
상우회회원님<마음대로, 큐짱, 만사형통, 악바리, 개미, 조박사, 통아저씨,
아줌마, 지리산, 캐논, 나유나 >들이 뜨거운 박수를 치면서
“뽀뽀해, 뽀뽀해”를 외쳤습니다.

누나는 수줍게 미소 지으며 작은 목소리로
“어서 뽀뽀해”라고 말했습니다.

누나의 입술에 소중히 제 입을 맞추며 약혼식을 대신 했고,
우린 그날 시장에 모인 사람들에게 자장면과 엿으로
우리를 응원하는 축하에 답례했습니다.

시장 사람들에게 기쁜 마음으로 쏜 음식 값은 400000원 이었고,
서진 누나에게 치장해준 사랑의 선물은 머리빗 두 쌍에 2000원,
반지 1000원, 목걸이 5000원
도합 에누리해서 6500원 이었지만,
우리의 기쁨은 세상 사람들과 어울렸다는 겁니다.

결혼식 때 고모와 고모부님 그리고 지역 상우회회원님
나의 몇몇 친지가 우리 결혼식 하객의
전부였지만 전 처음으로 삶의 고마움을 알았습니다.

거칠고 힘든 세상에서 나하고 연관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에
세상 모든 존재가 두려울 것이 없었던 제가 세상을
우리라는 관점으로 다시 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결혼기념일 날 아침 일찍 정장을 차려입고 동래금강원에서 케이블카도
타고 해안 일주열차도 타고 전망대도 보려고 준비를 했습니다.
아내도 마치 오늘의 외출을
기다렸다는 듯이 예쁘게 단장을 하고 있었습니다.

신바람이 나 휘파람을 불며 안방과 거실을 오가며 거울을 보고 구두를 닦으려 하는데
부산대학 병원에 근무하는 처형이 현관으로 들어섰습니다.

“처형, 병원근무로 바쁘신 분이 이 시간에 어쩐 일로 오셨습니까?”

“제부 여기 좀 앉아요.”

의아해하는 제게 처형은 청천병력과도 같은 말을 남겼습니다.

신경외과를 다니는 줄 알았던 제 아내는 간암 말기로 간 이식수술 밖에
다른 방도가 없으며 오늘 병원에 입원하여 10일간 항암치료를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제가 제 간을 나누겠다고 하자 제 간이 아직 회복된 상태도 아니지만
무엇보다도 한쪽인 폐로는 장시간의 마취를 견디고 깨어날지는
장담 할 수가 없으니...
제 간 이식은 좀 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외부와의 연락을 끊고는 아내 곁에만 있었습니다.
세상 어떤 문제도 지금의 저와는 상관없는
사소한 이야기에 불과한 것일 뿐입니다.

항암 치료를 마치고
침대 모서리에 쭈그리고 앉아 모자를 쓴 아내를 보며
미소를 짓는 제 가슴 한구석엔 세상을 향한 원망보다는
아내의 회복을 위해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라는 억지의
기도로 고마움만 채우고 있습니다.

잠깐 눈을 감고 졸기라도 하면, 환영이 보입니다.
여보, 물 한잔만, 여보 차 한 잔만,
여보 모르핀 한 대만, 모르핀 한 대만,

너무 아파요 모르핀, 모르핀...모르핀...

아마 태어나서 아내의 눈을 피해 처음 울었나 봅니다.

아내와 전 기독교 신자인데 신혼여행을 범어사와 양산 통도사에서 보냈습니다.
하나는 이 세상에서 양주학을 누린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 서로의 사랑만으로
이웃을 사랑하고 자연을 사랑하자는 욕심 없는 마음의 출발과 종교도 이념도 넘는
양보와 화합과 이해의 결심으로 말입니다.

당시 주지스님의 반야심경의 덕담도 마음에 담았습니다.
마음이 아무데도 걸림이 없으니, 걸림이 없기 때문에 그로 인해
공포가 없게 되고 각종의 잘못된 환상을 멀리 여의어 열반의 경지에 가까이
갈 수 있다는 법문 말입니다.

우린 해운데 달맞이 언덕에서 구름에 수줍은 듯 반쯤 내보인 달님에게
우리의 소원을 빌어 보는데 부산에서 보기 힘든 함박눈이 펑펑 쏟아졌습니다.

차를 몰고 송정등대에서 멀리 비추는 등대 불빛 자락 끝인 컴컴한 바다위에
떨어지는 하얀 눈을 보면서 우리는 팔을
뻗고 큰 대자로 하늘을 향해 누웠습니다.

함박눈은 소리 없이 누운 우리를 묻었습니다.
전 사랑하는 서진을 당겨 팔 베게를 해주었습니다.

눈은 우리가 호흡하는 코를 타고 녹아 흐르며 어느덧 하나의 덩이가 되어
우리의 사랑을 결속시켜주었습니다.

우리의 사랑은 대지 위를 덮은 흰 눈이 증인이 되어
우리를 영원히 지켜주는 축복이 되어 주는 것입니다.

< 소설 내용 생략...>

중년이 된 소년의 소설은 많은 사람들을 울리기도 하고
감동을 주었습니다.

1년에 한 번 9월 29일이 있는 마지막 주말에 10살 된 어린이들이 모여
들꽃이 피어 있는 교회 앞마당에서 그림 대회가 개최되고 있습니다.

3시에 시작하여 밤10시 까지 주제 없이 자유롭게 그림을 그리면
되는데 반드시 구성 속에 꽃그림이 있어야 하는 조항이 있습니다.

꽃그림을 그리라고 하는 것은 들꽃 요정을 기리고자 함이었습니다.
다른 하나의 이유는 심사위원은 있지만 정작 심사는 들꽃과 별빛입니다.

자신들이 그린 그림을 밤 10시에 지미시우로스건을
향해 들고 있으면 별빛이 그림을 비출 때마다 심사위원 10분이
정원의 들꽃을 살피면서 들꽃이 가장 많이 흔들리는 그림이
최우수상을 받는 겁니다.

입상 10명은 각 천 만원의 부상이 주어지고,
최우수상 한명은 대학 졸업 때가지 장학금을 받는 대회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림 대회에 참가한 어린이들이 성년이 되어서
후배 꿈나무 아이들에게 들꽃이 된 요정 이야기를 계속 들려주는 것은...
꿈은 꾸는 자의 것이기 때문입니다.
꿈은 멈추지 않고 새로운 꿈을 꾸게 하기 때문입니다.

위 그림은 제 1회 들꽃 요정 그림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던 작품이랍니다.
2 Comments
스토리장 2024.11.15 08:54  
들꽃 이야기가 이렇게 끝나네요.
연재 글을 읽으면서 어린 시절로 돌아가 보았답니다.
뉴스를 볼 때마다 무거웠던 마음이 글을 읽으면서 많이 풀렸습니다.
멋진 주말 보내십시오.*^^*
文奉志洪 2024.11.15 11:38  
감사합니다.
왼쪽 다리가 부실 한 사람이 이제 눈이 침침하고 어지럼증이 시도 때도 없이 찾아 와
산책도 자유롭지 못한데다가 평생 좋아하던 책 읽기도 만만치 않아졌습니다.

제게 명철을 주사 다시 들꽃 시리즈를 펼치게 해 주십시오 하는 기도를...
70년 가까이 섬긴 하나님께 매일 반복으로 기도 하고 있습니다.(꿈은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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