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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 ( 풋사랑 )

文奉志洪 2 312
우리가 사는 세상이 아름답다는 것을 느끼게 한
뭉크미술 원장님이 보내주신 작품입니다.

제목 :  아서라
지은이 : 문봉지홍

제 14화 ; 만남 ( 풋사랑 )

충북대학 정문 부근 술집에서 패싸움이 있다는 신고가
들어와 강력반 야간근무조가 출동을 서둘렀다.

어지럼증이 심한 철중은 형사들이 추천한 사창동 이비인후과가
사건현장과 가까워 신세 좀 지자면서 출동하는 봉고차에 올라탔다.

현장에 도착하자 동료들에게 애쓰라는 말을 남기고
가끔 나타나는 어지럼증에 대한 생각을 하며 병원 쪽으로 걸었다.

충북대 의대를 졸업한 이연우 박사는 당시
전국 이비인후과 전문의 시험에서 수석을 했다.
화요일과 목요일은 주민을 위해 9시 까지 야간진료를 보았다.

미모가 출중한 박사부인은 청주서 유명한 부동산 공법강사로
인기가 높아 퇴근 시간이 일정하지 않았다.

매일 늦게 술에 취해 귀가하는 문제로 다투다
최근 합의이혼을 했다.

벽시계가 8시를 가리키는 시침을 보면서
병원 관계자 두 명이 앉아 있는 접수대로 향했다.

할머니 할아버지 다섯 명과 어린아이를 데리고 온
아주머니 한분 그리고 대기실 의자 가장자리에
함메르쇠이 라고 쓰여 진 초상화와 풍경화 그림을
보고 있는 여인을 보았다.

직업의식이 작용에 롱스커트에 갈색머리의 여인은
그림과 관련된 직업인이라는 생각으로 병원 구조를
한 눈에 담으면서 저 여인을 어디서 보았을 가를 생각했다.

접수처에서 처음 왔다고 하자,
인적사항을 적어달라는 말에 볼펜을 들었다.

입구에서 시끄러운 소리와 함께 험악한 사람 두 명이
한 형사에게 쫓겨 병원으로 난입을 했다.

충북대학 상가들을 거점으로 움직이는 조직원이었다.
패싸움이 벌어진 곳에서 도망가는 두목을 발견한
기동대형사 한 명이 뒤쫓아 왔다.

급하게 들어 온 곳이 병원 이라는 것을 안 한 명이
그림을 보고 있는 여인의 화보를 빼앗아 집어 던지면서
흉기를 꺼내 앉아 있던 여자를 일으켜
세우고는 위협을 가했다.

칼을 꺼내 든 남자는 여인의 목을 감아쥔 채
목젖에 칼을 바짝 대고 있었다.
두목은 차분한 목소리로 쫓아 온 형사에게 수갑을 꺼내
나를 가리키면서 따라오지 못하게
둘이 발에 한 발씩 수갑을 채우라고 했다.

나를 알아 본 형사가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수갑을 꺼내 자신의 발에 먼저 채우고 내 발에 채웠다.

두목은 미소를 지으면서 그 자리에 앉으라고 했다.

철중은 무릎을 굽혀 동료형사와 편하게 병원 복도에 앉았다.
여자의 목에 칼을 들이대고 있던 남자에게 두목은 여기를
나가자면서 병원 문을 향했다.

동료형사가 계속 노려보자 여인과 밀착된 상태에서
걷던 남자가 “누굴 째려 봐“ 하더니 왼발로 동료를 걷어찼다.

동료는 기다렸다는 듯이 사내의 발을 두 손으로 감싸
안고 돌려 넘어트렸다.

철중은 문 앞에서 쳐다보는 두목을
바닥에서 일어나면서 자유로운 오른쪽 발 앞 돌려차기로
관자놀이를 휘감아 차 쓰러트렸다.

발을 잡힌 사내는 여인의 목을 잡고 같이 넘어지면서
힘을 조절하지 못해 들고 있던 칼이 여인의 목에 꽂혔다.

경동맥에서 터져 나온 피가 천장으로 튀자
병원 간호사와 진료 받으려던 환자들이 비명을 질렀다.
철중은 빠르게 여인의 목에서 칼을 뽑고는 솟구치는 피를
손으로 지열하면서 동료에게 발에 걸린 수갑을 풀고
기동대 봉고차를 운전해 가지고 오라고 했다.

형사들이 몰려오면서 여인을 품에 안고 한손으로 지혈하고 있는
철중을 부축한 채로 봉고를 타고 충북대 응급실로 향했다.

경동맥 4분의 1이 끈기면서 출혈이 매우 심했다.
여인은 철중과 같은 AB 형 혈액이라 비축한 혈액이 부족해
철중의 수혈을 받아야만 했다.

수술을 마치고 마취가 깨지 않은 여인에게 수혈을 하느라고
두 개의 침대에 나란히 누운 철중은 옆에 누워 있는 여인은
일주일 전에 수암골에서 학생들을 지도하며
그림을 그리던 여인이었다는 것을 생각해 냈다.

묘한 인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수암골에서 바라보았던 그림이 감상하는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소원을 들어주기로 했나....
지금 나와 이 여인이 함께 늙어 가자는 주문이 통 했나 라는
생뚱맞은 상상으로 혼자 웃는다.

밝은 태양을 받은 벽화에 흰색이 들어가고 노량색이 입혀지더니
맑고 밝은 알라딘과 공주의 모습이 그려졌었다.

벽화에 그려진 램프가 황금색으로 빛을 밝혔다.
철중은 그림속 주인공 둘이 함께 늙어 가리라 생각했었다.

철중은 눈앞에 펼쳐진 그림에 취했었다.
자신도 모르게 보고 있는 그림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상상 속에 펼쳐진 그림에서는 알라딘과 자스민은 없다.

그림 그리는 여인과 내가 주인공이 되어 함께 늙어 간다면...
그림은 마술이 되어 철중을 사로잡았었던 기억을 되살렸다.

시간을 내 마법의 그림을 다시 보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수혈을 마치고 수술실을 나왔다.

열흘이 지나 벼르고 벼르던 꽃다발을 들고
용기를 내어 여인의 병문안을 갔다.

특실 문 앞에 차혜란 이라고 적혀있다.

철중은 우연히 만나 목숨을 구해준 여인의 이름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 경찰진급 시험에 합격한 것처럼
왠지 기분이 좋았다.

태어나 처음 사서 들고 온 꽃을 어떤 방식으로
전달할 것인가에 대해 고심을 하느라 너무 긴장을 한
상태로 병실 문을 두드렸다.

“똑 똑” 두드리자

“잠깐만요.” 하는 소리가 났다.

철중은 중년이 되어 처음 돈을 주고 꽃을 사서 여인에게
전달한다는 것이 얼굴을 화끈거리게 했다.
어색하고 긴장한 마음에 기다리지 못하고 병실 문을 열고 들어섰다.

침대에 누워 있어야 할 환자가 연한 살색
팬티스타킹을 신고 그 위에 다시
짧은 양말을 신고는 거의 나체에 가까운 모습으로
브래지어 후크를 잠그려고 양 손을 등 뒤에 대고 있었다.

살색스타킹에 가려졌다고 할 수 없는 도드라진 허리 곡선과
풍만한 히프와 우유 빛 피부를 휘감고 살랑이는 갈색 머리카락을
보여주는 여인의 모습은 파란물결 위에서 끝없는 수평선을 바라보며
누군가를 기다리는 바다의 여신 테티스 같아 보였다.

낯선 남자의 등장으로 얼굴이 빨갛게 상기 된 여인은
빠르게 침대보로 자신의 몸을 가리면서 말했다.

“잠깐 기다리라는 말 못 들으셨어요?”

철중은 얼버무리면서 답을 했다.
“목소리는 들었는데~~~ 환자는 침대에 누워 있다고만 생각했지,
일어나 환자복을 벗고 알몸으로 있는 줄은 몰랐습니다.“

“이 봐요, 알몸이라니요. 퇴원하려고 옷을 갈아입는 겁니다.”
“잘못 해 놓고 아무렇게나 말하고 계시네요.”

“여인의 벗은 모습을 본적은 있나요?”

“그런데 누구시죠?“

철중은 당황해 하면서 여인을 바라보지 못하고 들고 있는
꽃을 보면서 대답했다.
“네 ~~ 전 ~~~강력계 소속 강철중 경감이라고 합니다.”

낯선 남자가 들어와 자신의 벗은 몸을 보았다는 것에
발끈하던 여인은 긴장을 풀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 뵙고 싶었습니다. 5분만 늦었어도 생명을 잃고
지금 이 자리에 없었을 거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경감님이 신속하게 저를 병원으로 옮기고 제게 수혈까지
해 주셨다고 들었습니다.“

“네, 제가 그 자리에 있었던 관계로...”

철중을 바라보던 여인은 침대보를 잡았던 손을 놓고
손가락으로 철중을 가리키면서
소녀처럼 해맑은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우리 초면이 아니죠?”

“네 한 보름 전에 수암골에서 만났습니다.”

“ㅎㅎㅎ, 이런 우연이 있다니...”
여인이 어린아이 모양 두 손으로 입을 가리고 웃자,
침대보가 내려가면서 뽀얀 가슴이 보이자 철중이 눈을 감았다.

혜란은 말광량이 소녀처럼 까르르 웃으면서
거짓 없는 청아한 목소리로 말했다.
“호호호”
“아직 결혼 안 하셨죠?”
“여인의 벗은 모습을 보는 것도 처음이구요?”
“누군가를 진정으로 사랑해 보신 적도 없는 분이시구요?”

철중이 아무 말도 못하고 가만히 있자.
혜란은 상큼한 목소리로 당황해 하는 철중에게 말했다.

“그 꽃 저를 주려고 사 오신 거라면 눈 뜨고 절 주신 후
옷 좀 입게 저 좀 도와주십시오.“

철중은 눈을 번쩍 뜨고는 “무얼 도와 드릴가요?”
“우선 이 꽃부터 받으십시오.” 하면서
꽃을 혜란에게 내민 다는 것이 그만 그녀의 가슴에
손등이 닿고 말았다.

“죄송합니다. 제가 너무 당황해서 또 실수를 했습니다.”

“호호호 ,혜란은 재미있다는 듯이 소녀처럼 해맑게 웃으면서
“안 되겠네요. 우선 옷장을 열고 제 원피스 좀 주세요.”
“경감님을 제가 유혹하는 줄 알고 쓰러지시겠어요.”

철중이 눈을 뜨고 옷장 쪽으로 걸어가는데
쟈스민 향이 여인의 고운 체취와 함께 풍겼다.

원피스를 꺼내 들고 차마 황홀한 혜란을 바라 볼 수 없어
뒷걸음으로 걸어와 옷을 전달했다.

혜란은 연실 소녀처럼 웃으면서 옷을 받아 입었다.
“이제 저 좀 쳐다보세요.”

아름다운 여인이 눈앞에서 미소 짓고 있다.

철중을 스치고 지나친 혜란은 옷장으로 걸어가더니
원피스 위에 술 장식이 달린 가디건을 걸쳤다.

철중은 여인이 그리고 있던 알라딘의 그림을 생각한다.
마법이 작용해...
함께 늙어가도록...
램프의 요정이 도와준다면 ...

“준비 다 되었으니 우리 나가요.” 하며 혜란이 철중을 쳐다본다.

순간 비밀을 들킨 소년이 된 철중은 안절부절 못하고
병실 침대에 걸터앉았다.

혜란은 말광량이 소녀처럼 크게 웃더니...
다정한 연인처럼 속삭였다.

“경감님 제 손 잡고 일어나실래요?
누가 보아도 경감님이 환자 같습니다.“

혜란이 철중에게 고운 손을 내밀었다.
2 Comments
스토리장 01.29 18:36  
사랑은 마법 같다는 말이 실감 납니다.*^*
文奉志洪 01.29 18:42  
누구나 사랑 이라는 마법을 피해 갈 수는 없습니다.
ㅎㅎ, 명절 잘 보내시고 계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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