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랑
文奉志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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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26 09:04
우리가 사는 세상이 아름답다는 것을 느끼게 한
뭉크미술 원장님이 보내주신 작품입니다.
연재소설 : 아서라
지은이 : 文奉志洪
제 19 화 ; 다른 사랑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허와 상처를 가지고 산다.
세상에 버림받았다는 외로움을 이기지 못하고 가슴에 묻고 산다.
연주와 철중은 가족의 소중함도 모르고,
부모에게 특별한 관심이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살았다.
철중은 사랑하는 사람을 자주 만나지 못해도
사랑이 있음으로 외로움은 없을 거라 믿었다.
하지만 각자의 삶은 노력해서 지키거나 얻으려 하지 않으면
다시는 주어지지 않는 다는 사실을 전혀 의식하지 못했다.
혜란의 가족들이 수사를 의뢰하지 않아 공개수사도
자료 확보도 할 수 없는 상태로 150일이 지났다.
연주가 누누이 말한 비밀모임에서 연락이 와
참석하겠다는 전화를 했다.
철중은 모임장소를 물어 보았다.
연주의 말에 의하면 30분 후인 저녁 7시에 버스 정류장에 서 있으면
봉고차가 태우러 올 것이다. 10초만 늦어도 불참 하는 것으로 알고
떠난다는 전화가 와 위치를 모른다고 했다.
걸려온 전화번호를 알려 달라고 하자 기다리라면서
전화번호를 불러주고는 핸드폰은 집에 두고 봉고를
타야 한다는 말을 했다.
철중은 위험한 것 같으니 참석하지 말라고 하자,
연주가 저번 모임에서도 같은 방법으로 참석했다면서
조심하겠다는 말을 했다.
철중은 연주가 말한 버스정류장으로 차를 사납게 몰면서
전화번호 위치를 동료에게 알아 봐 달라고 했다.
퇴근시간이라 정류장에 3분 늦게 도착했다.
대형버스가 줄지어 선 복잡한 도로에 자석으로 붙인
붉은 형광등이 번쩍이는 철중의 차가 도로통행을 더욱 힘들게 했다.
교통상황을 아랑곳하지 않고 주변을 둘러보는데 전화가 왔다.
추적한 번호는 시청 앞 공중전화 박스 번호라고 말했다.
철중은 차를 몰고 수암골 연주의 집으로 향했다.
번호 키에 숫자를 입력하고 들어선 집 안 화장대 위에
연주의 핸드폰이 올려져있다.
혜란이가 철중을 그린 그림이 벽에 걸려있다.
철중은 연주의 집에 올 때 마다 그림을 떼려했다.
그 때 마다 연주는 미술전공자답게 말했다.
작가는 조물주와는 다르다면서...
조물주는 이미 불멸을 가지고 있지만,
작가는 한정된 삶에서 창조한 작품이 불멸의 존재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작품은 작가의 혼이 담겨 있으니 쉽게 판단하려고 하지 말라면서
그림을 벽에 걸어 두었다.
아마 혜란은 철중을 그리면서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처럼
초상화가 그림의 모델을 대신해 늙어가기를 염원했을 것이다. 라는
말을 연주가 들려주면서 철중을 진중하게 만들었다.
지루한 밤이 지나 새벽 동이 텄지만,
연주는 돌아오지 않았다.
사라진 두 여인의 흔적을 찾을 수가 없었다.
철중은 밤마다 술에 의존했다.
자신의 존재가 초라하고 자신이 무능력하다는 것을
새삼 뼈저리게 느꼈다.
술병을 들고 사납게 술을 목으로 넘기면서
고독을 가까이 하면 두 가지 이익이 따른다는 것을 알았다.
하나는 자기 자신만 생각 하면 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타인을 상대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이 두 가지 마 저도 자신의 의지 하고는
전혀 상관없는 고통의 연속이 되었다.
병과를 내고 쉬어도...
답답해 경찰서 자료실을 배회해도...
단서는 없고 말을 받아주거나 동정을 하는 동료도 없다.
폭력과 납치 강간범과 마약 밀거래자를 수없이 체포하며
목숨을 잃을 번한 사건을 격은 베테랑 형사가 신참 형사처럼
단서를 찾지 못해 안절부절 어찌 할 바를 몰라 술에 더욱 의존했다.
가족들이 나서지 않은 사건을 실종이라고 우기는 철중은
경찰서에서 협조를 얻지 못한 가운데 크리스마스를 보냈다.
불면증이 지속되어 하루 두 시간도 눈을 붙이지 못한 채
술을 마시는 횟수와 양이 늘어만 갔다.
징계위원회에 넘겨지기도 하고 정직도 받았다.
혜란을 찾기 위해 경찰직을 그만 두어서는 안 된다는
막연한 생각과 함께 혜란을 찾을 수만 있다면 무슨 짓이던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혜란을 찾을 수 없다면 차라리 죽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면
경찰에서 지급한 총을 사용해야지 하는 생각을 수도 없이 했다.
연주마저 사라지고 나자
연주와 찍은 사진 한 장과 혜란과 찍은 사진 몇 장과
동영상 두 편을 들여다보는 것이 낙이 되었다.
우울함에 술을 마시며 사진을 보면 그리움이 밀려와
소리 내어 울었다.
사람들은 사진 속에 행복한 순간을 담아
보고 싶을 때 보면서 행복감에 젖는데
철중은 볼 때 마다 울었다.
혜란은 꾸밈을 담은 순간의 사진보다는
정성과 사랑을 담기 위해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하는
그림이 좋다고 하면서 색을 입혔다.
그림은 그리는 순간부터 사물을 직시하고 이해해야 한다고 했다.
사진은 행복을 담기 위해 셔터를 누르지만,
지나고 나면 영원을 기대한 순간이 그리움을 불러 올 뿐...
그림처럼 보고 있으면 느껴지는 황홀한 감흥은 없다고 말했다.
결국 철중은 술에 의존해 중독이 되어 가면서
사진과 그림의 차이를 나름대로 받아들이고 있다.
사진을 바라보면
지난 시간을 쉽고 빠르게 보냈다는 것이 괴로웠다.
그림을 외롭게 바라보는 것은
그림을 그리는 사람의 집요한 숨결을 느낄 수 있어
삶의 유일한 위안거리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연주와 헤어지고 25년이 넘어 만났는데...
왜?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난 건가?
혜란과 연주가 나와 연관되어 있어
벌어진 실종이라면 ...
이건 나의 문제가 아닌 가?
내게 원한을 가진 자인가?
나에게 참담한 복수로 나를 파멸 시키려는 자인가?
힘들게 말하는 철중의 지난 이야기가 끊어지지 않도록 달수는 한꺼번에
소주를 다섯 병 가져다 놓고 마셨다.
힘들어 하며 철중이 기억을 더듬을 때 마다
소리 나지 않게 소주잔에 술을 따라 마셨다.
달수는 이야기가 깊어질수록 자신도 모르게
숨을 죽이고 소주병을 들고 조용히 입에다 부었다.
갑자기 철중이 맥주잔에 소주를 잔뜩 채우더니
한참을 바라보면서 깊은 생각에 잠겼다.
“난 형사 직이 천직 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지금도 변함이 없네.”
“힘들 때도 많았지만 대체로 사건을 잘 해결했다네.”
“연주와 혜란이 실종 된지 6개월이 되면서 늘어 난 술은
동료나 내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힘들 정도로 술에 중독되었다네.“
“실종사건에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자 난 분풀이로
술에 취해 석연치 않게 종결된 손가락사건을 떠벌이면서
내가 책임자가 되어 수사를 맡게 해 달라고 서장에게 악을 쓰면서
대들어 경찰서가 온통 난리가 났지.“
“경찰서 출입기자들마저 무모한 난동 이라며 날 무시하면서 외면하자,
손가락 절단 사건에 혜란과 연주가 관련 되었다는 확신이 들어
자진해서 병원에 입원하여 금주프로그램에 참여했네.“
“술이 지니고 있는 맛을 소상하게 기억하는 주정꾼에서
벗어나려고 나 자신과 힘겹게 싸웠네.“
“목 넘김이 부드럽고 살짝 크림 맛이 나는 일본 술,
톡 쏘는 맛이 있는 위스키,
한 모금 마시기가 힘들지 입 안 가득 넣고 삼키면
흘러간 날이 기억나 낯선 사람들과도 친근한 이야기를
나누게 하는 소주를 밤마다 생각하며 싸웠다네.“
“15일 입원을 마치고 나오자
강력계 베테랑 형사인 나를 파출소 지원근무조로 구역을
순찰하면서 곳곳에 비치된 순찰일지에 도장과 시간을
적는 업무 배정을 했네.
난 시간을 쪼개어 미친 듯이 손가락 절단 사건을
파헤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공개 탐문 수사를 했다네.“
“실종사건 2년이 되는 날,
쌍둥이 파의 두목 이기소를 여수 법정에서 검거했네.“
“죄목은 공갈 갈취 및 사기 협의로 접수된 사건이
계속 보류되면서 담당형사가 배정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내가 친한 검사에게 영장을 발부 받았지.“
“ 정신병원으로 운영 되었던 땅 소유권 문제로
소송사건 마지막 변론에 참석한 이기소가 법정에서
변호사와 나오는 것을 기다리고 있다가 수갑을 채우고 연행했다네.“
“나는 쾌재를 부르면서 48시간 집중 취조를 했네.”
“잠시 눈 좀 붙이려고 당직실 침대에 누우려는데
급한 전화가 왔네.“
“선배, 오늘 새벽 6시에 교통사고로 접수 된
사건이 있어서 전화 드렸습니다.“
난 비몽사몽으로 정신이 없어
야, 내가 교통과 소속이냐 쓸데없는 전화를 하게...
전화를 끊으려는데 다급하게 선배라고 외치더니
빠른 목소리가 들렸다.
“선배가 뺑소니 사건의 용의자란 말입니다.
지금 사건이 형사2과로 넘어갔으니 알아서 하십시오.“
갑자기 뒷목이 뻑뻑하고,
온몸에 소름이 돋아 잠시 멍 때리다가 형사 2과로 달려갔다.
안면이 있는 형사2과 과장에게 인사를 하고
방금 교통과 에서 넘어 온 사건 파일을 보고 싶다고 했다.
평소 철중을 못 마땅하게 보고 있던 과장은 자네가
용의자로 지목된 이상 파일을 볼 수가 없지만,
파일에 의한 문답은 지금 주고받을 수 있으니 취조실로
같이 가겠냐고 물어 철중은 고개를 끄덕였다.
취조실에 들어서자 과장은 사건 수사 기록을 간략하게
설명했다.
국전리 마을회관 450m지점에서 새벽시장에 농산물을
경매하려고 나서던 이장이 발견하고 신고한 시간은 5시 15분이며,
피해자 사망시간은 새벽 4시로 추정된다고 말 했다.
이기회 회장 아들이 사망한 것과 동일한 수법이며
시간대도 비슷하다고 설명을 했다.
철중은 질문을 먼저 했다.
“교통사고인데 왜 제가 용의자로 지목 되었죠?”
“피해자를 친 차가
다시 후진해 피해자 가슴에 차가 올라간 상태에서
운전자가 사라졌네.“
“문제는 피해자의 오른손 손가락 두 개가 잘라져 있다는 것과
자네가 수사한 사건을 모방했다는 걸세.“
“ 차 안에는 차주 다음으로 자네의 지문이 이곳저곳에서
수도 없이 많이 나왔다는 걸세.“
철중은 피가 곤두서면서 피해자가 자신이 아는 사람이라는
직감이 작용되었다.
“피해자가 여자입니까?”
“그렇다네.”
“이름이 뭡니까?”
“이제 부터는 내가 질문을 하겠네.
자네 어제 일과를 시간 별로 이야기 해 보게.“
“48시간 취조실에 있었다는 것을 잘 알잖습니까?
피해자 이름이 뭐냐고 제가 묻고 있잖습니까?“
“어제 취조실에 있던 사람과 무슨 원한이 있었나?”
“내가 이름을 묻고 있잖아...”
철중은 이성을 잃고 일어나 과장의 얼굴을 주먹으로
사납게 때리고는 보고서를 낚아챘다.
보고서 첫 장을 넘기자
빨간색 소나타 백미러에 분홍과 흰색으로 그려진 바이올렛
꽃 그림의 칼라 사진이 보였다.
차에 그린 그림은 세상 어디에도 없이 청주에서만 볼 수 있다.
눈물이 핑 도는 가운데 철중은 빠르게 보고서를 읽었다.
과장은 턱을 만지면서 제지 하지 않고 의자에 앉아 바라만 보았다.
피가 별로 흐르지 않은 손가락은 피해자가 사망을 하고 난 것을
확인하고 자른 것이 분명해 별도의 고통은 없었을 것이다. 라는
검시관의 소견이 적혀있다.
차혜란 이라는 이름을 읽자 철중은 맥이 빠져 의자에 철썩
쓰러지다 시피 앉았다.
과장은 보고서를 빼앗고 나서...
“자네와 연인 관계라면서 실종 되었다고 그토록 찾던 사람인가?”
철중은 반응을 하지 않았다.
사건수사가 마무리 될 때까지
정직을 받은 철중은 다시 술과 약의 힘을 빌어야 했다.
뭉크미술 원장님이 보내주신 작품입니다.
연재소설 : 아서라
지은이 : 文奉志洪
제 19 화 ; 다른 사랑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허와 상처를 가지고 산다.
세상에 버림받았다는 외로움을 이기지 못하고 가슴에 묻고 산다.
연주와 철중은 가족의 소중함도 모르고,
부모에게 특별한 관심이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살았다.
철중은 사랑하는 사람을 자주 만나지 못해도
사랑이 있음으로 외로움은 없을 거라 믿었다.
하지만 각자의 삶은 노력해서 지키거나 얻으려 하지 않으면
다시는 주어지지 않는 다는 사실을 전혀 의식하지 못했다.
혜란의 가족들이 수사를 의뢰하지 않아 공개수사도
자료 확보도 할 수 없는 상태로 150일이 지났다.
연주가 누누이 말한 비밀모임에서 연락이 와
참석하겠다는 전화를 했다.
철중은 모임장소를 물어 보았다.
연주의 말에 의하면 30분 후인 저녁 7시에 버스 정류장에 서 있으면
봉고차가 태우러 올 것이다. 10초만 늦어도 불참 하는 것으로 알고
떠난다는 전화가 와 위치를 모른다고 했다.
걸려온 전화번호를 알려 달라고 하자 기다리라면서
전화번호를 불러주고는 핸드폰은 집에 두고 봉고를
타야 한다는 말을 했다.
철중은 위험한 것 같으니 참석하지 말라고 하자,
연주가 저번 모임에서도 같은 방법으로 참석했다면서
조심하겠다는 말을 했다.
철중은 연주가 말한 버스정류장으로 차를 사납게 몰면서
전화번호 위치를 동료에게 알아 봐 달라고 했다.
퇴근시간이라 정류장에 3분 늦게 도착했다.
대형버스가 줄지어 선 복잡한 도로에 자석으로 붙인
붉은 형광등이 번쩍이는 철중의 차가 도로통행을 더욱 힘들게 했다.
교통상황을 아랑곳하지 않고 주변을 둘러보는데 전화가 왔다.
추적한 번호는 시청 앞 공중전화 박스 번호라고 말했다.
철중은 차를 몰고 수암골 연주의 집으로 향했다.
번호 키에 숫자를 입력하고 들어선 집 안 화장대 위에
연주의 핸드폰이 올려져있다.
혜란이가 철중을 그린 그림이 벽에 걸려있다.
철중은 연주의 집에 올 때 마다 그림을 떼려했다.
그 때 마다 연주는 미술전공자답게 말했다.
작가는 조물주와는 다르다면서...
조물주는 이미 불멸을 가지고 있지만,
작가는 한정된 삶에서 창조한 작품이 불멸의 존재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작품은 작가의 혼이 담겨 있으니 쉽게 판단하려고 하지 말라면서
그림을 벽에 걸어 두었다.
아마 혜란은 철중을 그리면서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처럼
초상화가 그림의 모델을 대신해 늙어가기를 염원했을 것이다. 라는
말을 연주가 들려주면서 철중을 진중하게 만들었다.
지루한 밤이 지나 새벽 동이 텄지만,
연주는 돌아오지 않았다.
사라진 두 여인의 흔적을 찾을 수가 없었다.
철중은 밤마다 술에 의존했다.
자신의 존재가 초라하고 자신이 무능력하다는 것을
새삼 뼈저리게 느꼈다.
술병을 들고 사납게 술을 목으로 넘기면서
고독을 가까이 하면 두 가지 이익이 따른다는 것을 알았다.
하나는 자기 자신만 생각 하면 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타인을 상대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이 두 가지 마 저도 자신의 의지 하고는
전혀 상관없는 고통의 연속이 되었다.
병과를 내고 쉬어도...
답답해 경찰서 자료실을 배회해도...
단서는 없고 말을 받아주거나 동정을 하는 동료도 없다.
폭력과 납치 강간범과 마약 밀거래자를 수없이 체포하며
목숨을 잃을 번한 사건을 격은 베테랑 형사가 신참 형사처럼
단서를 찾지 못해 안절부절 어찌 할 바를 몰라 술에 더욱 의존했다.
가족들이 나서지 않은 사건을 실종이라고 우기는 철중은
경찰서에서 협조를 얻지 못한 가운데 크리스마스를 보냈다.
불면증이 지속되어 하루 두 시간도 눈을 붙이지 못한 채
술을 마시는 횟수와 양이 늘어만 갔다.
징계위원회에 넘겨지기도 하고 정직도 받았다.
혜란을 찾기 위해 경찰직을 그만 두어서는 안 된다는
막연한 생각과 함께 혜란을 찾을 수만 있다면 무슨 짓이던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혜란을 찾을 수 없다면 차라리 죽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면
경찰에서 지급한 총을 사용해야지 하는 생각을 수도 없이 했다.
연주마저 사라지고 나자
연주와 찍은 사진 한 장과 혜란과 찍은 사진 몇 장과
동영상 두 편을 들여다보는 것이 낙이 되었다.
우울함에 술을 마시며 사진을 보면 그리움이 밀려와
소리 내어 울었다.
사람들은 사진 속에 행복한 순간을 담아
보고 싶을 때 보면서 행복감에 젖는데
철중은 볼 때 마다 울었다.
혜란은 꾸밈을 담은 순간의 사진보다는
정성과 사랑을 담기 위해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하는
그림이 좋다고 하면서 색을 입혔다.
그림은 그리는 순간부터 사물을 직시하고 이해해야 한다고 했다.
사진은 행복을 담기 위해 셔터를 누르지만,
지나고 나면 영원을 기대한 순간이 그리움을 불러 올 뿐...
그림처럼 보고 있으면 느껴지는 황홀한 감흥은 없다고 말했다.
결국 철중은 술에 의존해 중독이 되어 가면서
사진과 그림의 차이를 나름대로 받아들이고 있다.
사진을 바라보면
지난 시간을 쉽고 빠르게 보냈다는 것이 괴로웠다.
그림을 외롭게 바라보는 것은
그림을 그리는 사람의 집요한 숨결을 느낄 수 있어
삶의 유일한 위안거리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연주와 헤어지고 25년이 넘어 만났는데...
왜?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난 건가?
혜란과 연주가 나와 연관되어 있어
벌어진 실종이라면 ...
이건 나의 문제가 아닌 가?
내게 원한을 가진 자인가?
나에게 참담한 복수로 나를 파멸 시키려는 자인가?
힘들게 말하는 철중의 지난 이야기가 끊어지지 않도록 달수는 한꺼번에
소주를 다섯 병 가져다 놓고 마셨다.
힘들어 하며 철중이 기억을 더듬을 때 마다
소리 나지 않게 소주잔에 술을 따라 마셨다.
달수는 이야기가 깊어질수록 자신도 모르게
숨을 죽이고 소주병을 들고 조용히 입에다 부었다.
갑자기 철중이 맥주잔에 소주를 잔뜩 채우더니
한참을 바라보면서 깊은 생각에 잠겼다.
“난 형사 직이 천직 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지금도 변함이 없네.”
“힘들 때도 많았지만 대체로 사건을 잘 해결했다네.”
“연주와 혜란이 실종 된지 6개월이 되면서 늘어 난 술은
동료나 내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힘들 정도로 술에 중독되었다네.“
“실종사건에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자 난 분풀이로
술에 취해 석연치 않게 종결된 손가락사건을 떠벌이면서
내가 책임자가 되어 수사를 맡게 해 달라고 서장에게 악을 쓰면서
대들어 경찰서가 온통 난리가 났지.“
“경찰서 출입기자들마저 무모한 난동 이라며 날 무시하면서 외면하자,
손가락 절단 사건에 혜란과 연주가 관련 되었다는 확신이 들어
자진해서 병원에 입원하여 금주프로그램에 참여했네.“
“술이 지니고 있는 맛을 소상하게 기억하는 주정꾼에서
벗어나려고 나 자신과 힘겹게 싸웠네.“
“목 넘김이 부드럽고 살짝 크림 맛이 나는 일본 술,
톡 쏘는 맛이 있는 위스키,
한 모금 마시기가 힘들지 입 안 가득 넣고 삼키면
흘러간 날이 기억나 낯선 사람들과도 친근한 이야기를
나누게 하는 소주를 밤마다 생각하며 싸웠다네.“
“15일 입원을 마치고 나오자
강력계 베테랑 형사인 나를 파출소 지원근무조로 구역을
순찰하면서 곳곳에 비치된 순찰일지에 도장과 시간을
적는 업무 배정을 했네.
난 시간을 쪼개어 미친 듯이 손가락 절단 사건을
파헤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공개 탐문 수사를 했다네.“
“실종사건 2년이 되는 날,
쌍둥이 파의 두목 이기소를 여수 법정에서 검거했네.“
“죄목은 공갈 갈취 및 사기 협의로 접수된 사건이
계속 보류되면서 담당형사가 배정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내가 친한 검사에게 영장을 발부 받았지.“
“ 정신병원으로 운영 되었던 땅 소유권 문제로
소송사건 마지막 변론에 참석한 이기소가 법정에서
변호사와 나오는 것을 기다리고 있다가 수갑을 채우고 연행했다네.“
“나는 쾌재를 부르면서 48시간 집중 취조를 했네.”
“잠시 눈 좀 붙이려고 당직실 침대에 누우려는데
급한 전화가 왔네.“
“선배, 오늘 새벽 6시에 교통사고로 접수 된
사건이 있어서 전화 드렸습니다.“
난 비몽사몽으로 정신이 없어
야, 내가 교통과 소속이냐 쓸데없는 전화를 하게...
전화를 끊으려는데 다급하게 선배라고 외치더니
빠른 목소리가 들렸다.
“선배가 뺑소니 사건의 용의자란 말입니다.
지금 사건이 형사2과로 넘어갔으니 알아서 하십시오.“
갑자기 뒷목이 뻑뻑하고,
온몸에 소름이 돋아 잠시 멍 때리다가 형사 2과로 달려갔다.
안면이 있는 형사2과 과장에게 인사를 하고
방금 교통과 에서 넘어 온 사건 파일을 보고 싶다고 했다.
평소 철중을 못 마땅하게 보고 있던 과장은 자네가
용의자로 지목된 이상 파일을 볼 수가 없지만,
파일에 의한 문답은 지금 주고받을 수 있으니 취조실로
같이 가겠냐고 물어 철중은 고개를 끄덕였다.
취조실에 들어서자 과장은 사건 수사 기록을 간략하게
설명했다.
국전리 마을회관 450m지점에서 새벽시장에 농산물을
경매하려고 나서던 이장이 발견하고 신고한 시간은 5시 15분이며,
피해자 사망시간은 새벽 4시로 추정된다고 말 했다.
이기회 회장 아들이 사망한 것과 동일한 수법이며
시간대도 비슷하다고 설명을 했다.
철중은 질문을 먼저 했다.
“교통사고인데 왜 제가 용의자로 지목 되었죠?”
“피해자를 친 차가
다시 후진해 피해자 가슴에 차가 올라간 상태에서
운전자가 사라졌네.“
“문제는 피해자의 오른손 손가락 두 개가 잘라져 있다는 것과
자네가 수사한 사건을 모방했다는 걸세.“
“ 차 안에는 차주 다음으로 자네의 지문이 이곳저곳에서
수도 없이 많이 나왔다는 걸세.“
철중은 피가 곤두서면서 피해자가 자신이 아는 사람이라는
직감이 작용되었다.
“피해자가 여자입니까?”
“그렇다네.”
“이름이 뭡니까?”
“이제 부터는 내가 질문을 하겠네.
자네 어제 일과를 시간 별로 이야기 해 보게.“
“48시간 취조실에 있었다는 것을 잘 알잖습니까?
피해자 이름이 뭐냐고 제가 묻고 있잖습니까?“
“어제 취조실에 있던 사람과 무슨 원한이 있었나?”
“내가 이름을 묻고 있잖아...”
철중은 이성을 잃고 일어나 과장의 얼굴을 주먹으로
사납게 때리고는 보고서를 낚아챘다.
보고서 첫 장을 넘기자
빨간색 소나타 백미러에 분홍과 흰색으로 그려진 바이올렛
꽃 그림의 칼라 사진이 보였다.
차에 그린 그림은 세상 어디에도 없이 청주에서만 볼 수 있다.
눈물이 핑 도는 가운데 철중은 빠르게 보고서를 읽었다.
과장은 턱을 만지면서 제지 하지 않고 의자에 앉아 바라만 보았다.
피가 별로 흐르지 않은 손가락은 피해자가 사망을 하고 난 것을
확인하고 자른 것이 분명해 별도의 고통은 없었을 것이다. 라는
검시관의 소견이 적혀있다.
차혜란 이라는 이름을 읽자 철중은 맥이 빠져 의자에 철썩
쓰러지다 시피 앉았다.
과장은 보고서를 빼앗고 나서...
“자네와 연인 관계라면서 실종 되었다고 그토록 찾던 사람인가?”
철중은 반응을 하지 않았다.
사건수사가 마무리 될 때까지
정직을 받은 철중은 다시 술과 약의 힘을 빌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