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명
文奉志洪
0
92
04.09 09:09
희망은 기대만으로도 마음이 부푼다며
뭉크미술원장님이 보내주신 작품입니다.
연재소설 : 아서라.
지은이 : 문봉지홍
제 25 화 ; 여명
하늘과 너울지는 파도가 만나는 파란 빛의 수평선 위를
수많은 갈매기가 날아다니면서 경계를 분명하게 했다.
철중은 바다 해안가를 달리면서 온통 푸른 풍경에 감탄을 하며
어디가 하늘이고 바다인가를 생각하다가 정신이 바짝 들었다.
엄마와 아빠가 있어 자신이 태어났다는 것은 확실하다.
엄마가 이영주가 아니고 차영란 이라면 자신의 출생은
어떤 비밀이 숨어있는 가?
혼란한 가운데 외롭게 살아 온 지난날들이 흔들리고 있다.
그리고 지금 자신이 맡은 사건이 아빠와 엄마와 관련이 있다.
난 누구며, 이 사건을 제대로 해결 할 능력은 있나?
환청으로 들렸던 말처럼 난 이 사건을 맡지 말아야 했나?
사건기록에 적혀 있는 곳을 다시 찾았다.
정신병원도 사라지고 아파트 현장이 되어 버렸다.
15년 전 자신에게 정보를 준 조직원은 석연치 않은 교통사고로
사망을 하고 허무열 노인도 세상을 떠났다.
해안도로 주차장을 찾아 푸른 바다에서 바위에 부딪쳐 흩어지는
파도를 보며 15년 전 사건과 최근의 사건을 머릿속에서
정리하자 여수에 더 이상 머물 이유가 없었다.
여수로 출발하기 전에 생년월일을 넣고 기영이라는 이름을
검색하다가 일치한 최기영이라는 이름이 뇌리를 스쳤다.
여수시 돌산리가 지금은 개발이 되어 돌산동으로
행정주소가 바뀌고 예전 집들과 논과 밭은 항공촬영
사진으로만 남아 있는 것을 확인했다.
동사무소에 양해를 구하고 기영이의 현 주소지를 따라 가
볼 생각으로 주민등록 초본 주소기록을 떼어 달라고 했다.
마지막 주소지는 움막으로 되어 있었다.
말이 움막이지 커다란 바위를 벽으로 삼아 금지된
석면 스레트를 올리고 바람에 날리지 말라고 돌을 올리고
시멘트로 두껍게 덧칠을 했다.
입구가 낡은 리어카로 막혀져 있다.
“안에 누구 계신가요?”
답이 없자 철중이 리어카를 피해 허리를 숙이고 작은
문 안으로 들어갔다.
라디오가 눈에 보였다.
그리고 작은 선풍기가 가전제품의 전부였다.
5평 정도의 방안은 너무 정갈하게 청소 되어 있었다.
많지 않은 식기류와 십 여벌의 옷가지 들이
행거에 가지런하게 정렬 되어있다.
외출 나가기 전에 깨끗하게 청소하고 돌아와 다시
사용하기 위해 정돈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서랍을 열어보니 사진 두 장이 들어있다.
부부로 보이는 남녀 사이에 중학교 옷을 입은 사내 아이 한명이
꽃을 가슴에 들고 있는 것을 보아 졸업사진 같았다.
철중은 사진을 핸드폰으로 찍고 제자리에 넣고 서랍을 닫았다.
주변에는 집도 없고 600~700m는 나가야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곳이라 마냥 기다릴 수는 없었다.
이장을 찾아 움막에 대해 물어 보았다.
박복례라는 사람이 살았던 곳이고 자신이 중매를
했다고 하면서 이사 가는 것을 보지 못했는데
어느 날부터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
남편은 성실하고 근면했으며 고아였는데 배를
구입하고 그 해 실종 되었다.
남편 빚으로 운영하던 식당을 빼앗기면서 움막에서 지냈다고 했다.
이장이 수차례 찾아가 남편 사망신고를 하라고 해도
응하지 않더니 사라졌다고 했다.
주민등록을 보여주면서 아이를 본적이 있냐는 질문을 했다.
남편의 이름은 최수복인데,
여인이 사라질 때까지 아이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 본적이 없다고 했다.
더구나 사채업 하는 사람들이 모든 재산을 빼앗아 처분하여
먹고 살기도 힘들어 남자를 만날 시간도 환경도 안 되었다고 했다.
최기영 이라는 아들을
호적에 어떻게 올리게 되었는지는 자신은 알 길이 없다고 했다.
움막에서 가져온 사진을 보여주었다.
이장은 너무 멀리서 찍은 사진이라 남자와 아이는 알 수 없지만
여인은 박복례 같아 보인다는 말을 했다.
마지막으로 연주의 집으로 향했다.
여기저기 썩은 나무가 악취를 풍겼다.
녹슨 제재기들과 나무를 싣고 움직이는 대차가 보였다.
몽립 기계 위에 거미줄이 쳐져있고 곧 터질 것 같이
녹슨 가스통이 보이는 대문 앞에는
경매로 강제집행 된다는 문구가 붙여져 있다.
어디에도 최근에 사람이 오간 흔적이 없다.
철중은 자정이 다 된 시간에 청주에 도착했다.
샤워를 하고 나서 별채 칠판에 박복례 라는 이름을 추가로 적었다.
수사가 제대로 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은
현장에 있을 범인의 입장을 바라보는 통찰력과 본능적인
감이 있어야 한다.
피해자의 심정과 범인의 움직임이 조각처럼 연결돼서 하나의
그림이 되면 수사가 제대로 진행되는 거구나 생각할 수 있다.
철중이 상상하는 퍼즐이 맞추어 진 곳에 차영란 이라는 이름이
들어가는 순간 모든 것이 산산 조각이 나고 만다.
머리를 감싸고 눈을 감아도 모였던 조각은 다시 흩어진다.
엄마는 왜 나와 아빠를 떠났을 가?
처음부터 이 사건을 맡지 말았어야 했나?
난 사랑과는 무관한 삶을 살아야 하는 운명인 것을
감히 거역하고 혜란 이라는 여인을 사랑한 대가를 받고 있는 건가?
잠을 설치고 출근을 하자 달수가 애매모호한데다
추측만 난무하고 구체적 증거는 눈을 씻고 찾아보아도
읽을 수 없는 업무일지를 작성해 가져왔다.
업무일지 위 메모지에 수사본부에서...라고 적혀있다.
달수가 형사2과를 지나치는데 동기가 혼자 앉아 있다.
“손형사 요즘 수사는 잘 진행 되나?”
동기는 머리를 흔들면서 힘들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2달이 다 되어 가는데 여전히 탐문수사에만 매달리고 있다고 했다.
살인동기도 모르겠고, 새벽이라 목격자도 없고,
범죄자들도 요즘은 전혀 말썽을 일으키지도 않는 다고 했다.
담배를 피우지 않는 달수는 용암사에서 산 담배를 동기에게 주었다.
담배를 들고 옥상으로 올라가는 동기를 따라 갔다.
답배를 입에 물고 라이터 불을 붙인 동기는
수상한 것은 거리에 있는 ccTV를 누군가가 훼손시켰다고 했다.
청주 시내 중요도로에 있는 ccTV 20%가 누군가에 의해
렌즈가 깨졌다고 말했다.
조사해 본 결과 렌즈가 깨진 시간은 밤 12시 이후며,
50m 안쪽의 거리에서 사제 총으로 쏘았다고 했다.
실탄은 쉽게 구 할 수 있는 작은 쇠구슬이었다.
놀라운 사실은 단 한 발로 실 수 없이 렌즈를 정확히 맞춘
명사수라는 거다.
이 회장 집에서 벤츠가 나왔는데 사건 현장인 국전리 마을회관에서
발견되기까지의 행적을 전혀 잡지 못하게 했다는 거다.
깨진 주변의 ccTV를 분석해 본 바에 의하면
너무도 정확하게 사각지대를 측정해서 사격했다는 것을 짐작하게 했다.
범인은 기계를 잘 다루면서도 민첩하고 영리했다.
고속버스터미널이 이전 되면서 땅 값이 천정부지로 올랐다.
중앙도서관 언덕을 내려가면서 달수는 철중이 집터에
건물을 올리면 최소 수 백억을 넘을 거라는 생각을 한다.
비밀번호를 누르고 둘만 아는 본부로 들어서면서 십년 안에
박봉을 모아 아파트 하나 얻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칠판에 박복례라는 새로운 이름이 적혀있다.
냉장고에서 맥주를 꺼내 의자에 앉았다.
꿈 많던 시절에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강력계 형사들은
위기를 잘 넘겼다.
경찰이 되고나서 6개월은 성범죄 반에 있으면서
가출 청소년이 너무 많다는 것이 놀라웠다.
범죄조직들이 이런 청소년들을 이용한다는 것에 분노하면서
강력계로 발령을 받자 범죄자들의 손목에 수갑을 채우는
장면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쿵쾅거렸었다.
달수는 강력계라는 직업에 매료되어 자신도 정의를 실현하는
형사가 되었다고 자부했다.
활기차고 목숨을 걸 정도로 모험적인 일들이 펼쳐지는 것을
상상하고 해결하려고 택한 직업이었다.
지금처럼 정보를 모으기 위해 사람의 비위를 맞추고
통 사정을 해 가면서 상대방의 증언을 듣기 위해
땀을 흘리며 동분서주하리라는 생각은 상상도 못했다.
어떤 날은 사건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 이야기를 들어야 했다.
그럴 때마다 시간에 늦지 않도록
모든 일정을 수정하고 달려와 수다스러운 이야기를 들어야하는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지금 맡고 있는 사건도 생각만큼 진척이 없고 주변 상황에
대한 정황은 시간이 너무 흘러 아는 바가 없다.
사건을 어디서부터 파고들어야 할지
막막해 지면서 자신의 한계를 탓하게 했다.
하지만, 갖가지 정보를 추정해서 인과관계를 추리하고
범인을 추적해서 검거한다면 자신의 직업은 분명 매력적이다. 라는
결론에 혼자 미소를 짓는데 철중이 박스 하나를
들고 들어오면서 비아냥거렸다.
“좋은 꿈을 꾼 모양이네.”
“혼자 실성한 모습으로 웃고 있으니...”
박스를 테이블에 올려놓고는 냉장고에서 생수를 꺼내
의자에 앉으면서 말했다.
“박복례라는 이름 보았지.“
“네, ?”
“최기영 이라는 아이의 엄마인데,
남편이 실종 된지 13개월 후에 아이 출생신고가 되었네.“
“주소지 면장하고 대화를 해 본 결과
아이를 낳고도 엄두가 나지 않아 미루다 늦었다면서
아이가 태어난 곳은 자신의 집이며
실종되기 전 남편이 아기를 받았다고 적혀있었네.
신원이 확실한 여수유지 두 명이
인우보증을 서서 출생신고가 접수 되었네.“
“확인해 보니 보증을 선 두 사람은 몇 년 전에 사망을 했고
사망한 신의주씨의 큰 아들 증언에 의하면
아버지의 친구 김기수라는 사람이
찾아와 부탁을 했다는 것을 확인했네.“
“문제는 김기수라는 사람이 당시는 물론 지금까지
25년 넘게 행불처리 된 사람이라는 걸세.“
“증언해 준 사람의 말로는 돌아가신 아버지의 절친으로
자주 뵙던 분이라 절대 착각이거나
잘못 보았다는 것이 아니라는 걸세.‘
“김기수가 살아 있는데 나타나지 않는 다면 분명
돌아가신 내 아버지나 내가 찾는 연주와 연관이 있다는 건데...“
“자네가 조사한 부분은 어떻게 되었나?”
달수는 현제 국회의원이면서 전직 판사 즉 호적상
철중의 고모 되는 강소영에게 들었던 영란 이라는 분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이영주는 아주 가난한 집안의 둘째 딸로 태어나 먹을 것이 없어
굶어죽지 말라고 용암사에 보내졌다. 절 음식에 대한 탁월한
손재주로 청주 갑부 차태식에게 인정받게 된 영주는
많은 돈을 받으면서 가족들의 생활을 윤택하게 돌보기 위해
젊음을 희생하며 차태식의 집안일을 하며 보냈다.
다른 이유가 있다면 태식에게 늦둥이 딸이 태어나면서 산모가 사망하자
마치 자신의 자식인양 온갖 사랑으로 아이를 키웠다.
그림에 타고난 재능을 가지고 있던 아이가
서울 경기 여자고등학교에 입학을 하자 태식은 세종이가
더 이상 딸을 지켜주지 못한다는 사실에 당황했다.
태식은 세종이의 양 아버지 강용필 원장을 찾아갔다.
같은 해에 같은 날짜로 입양한 시중, 주성, 세종, 소영을 잘 알고
있는 태식은 세종이가 남자라 자신의 딸 곁을 더 이상 지켜주지
못하니 소영이를 경기 여자고등학교에 입학 시켜 딸과 같이 생활하게
하자며 설득하고 4명의 학비를 지원해 주겠다는 약조를 했다.
학교 부근에 집을 마련하고 엄마 역할을 충실하게 하는 영주를 보내
딸과 소영이 뒷바라지를 시켰다.
열심히 공부하면서 무탈하게 지낸
영란과 소영이는 나란히 s대 법대에 입학을 했다.
대학 2학년이 되던 해 여름 방학에 청주에 내려온 영란은
대청댐 상류에서 두 번 자살을 시도했다.
태식의 명령으로 청주에 내려온 영란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던
세종이가 영란의 목숨을 두 번 다 구해 주었다.
영란의 자살 이유가 임신 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영주는
서울생활 당시 자신이 제대로 아가씨를 보필하지 못해서라며 죄책감에
몇 날을 식음을 전폐하고 울다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다.
뜻밖에 암 4기 진단을 받고 길면 6개월 밖에 살지 못한다는
의사의 진단을 받았다.
영란은 교정으로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
소영은 사법고시 준비로 절에 들어가 공부에 매진하느라
아무것에도 관심을 두지 않았다.
사법고시 3차 시험에 통과되면서
신원조회서류를 살펴보다가 세종이가 자신도 모르게
결혼을 해 아이 철중이가 호적에 올려 져 있는 것을 보았다.
놀라운 것은 서울 생활을 하는 동안 영란과 자신에게 엄마처럼
밥과 빨래를 해 주며 헌신하던 분이 28살의 나이 차이를 넘어
호적상 자신과 쌍둥이인 세종이의 부인으로 올려져있었다.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자신도 몰랐던 세종과 영주사이에
아들 철중이라는 조카 이름이 버젓이 적혀 있고,
6개월 후에 이영주라는 분이 사망신고로 재적되어 있었다.
영란을 뒤늦게 수소문 해 보았지만,
이미 가출을 해 행방이 묘연했다.
세종을 몇 달 동안 추궁하고 설득해서 겨우 내막을 알 수 있었다.
영란이 벤드 녹화방송을 마치고 MBC방송국을 나오는 날
많은 동기들과 선배들이 방송국 앞에 모여 축하 현수막을
걸어놓고 조촐한 파티를 열어 주었다.
다음 날 술이 덜 깬 상태에서 서종 별장을 빌린 동기 주희의
간절한 부탁으로 의대생들과 미팅을 하게 되었다.
의대생중 레지던트 선배 한 명이 최면요법으로 전생에 자신들이 무엇을
하면서 지냈는지 재미로 알아보자고 했다.
남자 두 명이 먼저 지원을 했다.
2분 만에 잠들은 한 명은 전생에 일본 헌병 앞잡이 노릇을
한 것이 부끄럽다며 말 수가 줄어들었다.
다른 한명은 임진왜란 때 권율 장군을 도와 행주산성에서
소리를 지르며 싸우느라 최면에서 벗어났을 때는 목이 쉬었다.
영란이 차례가 되었지만,
2분이 지나 5분이 되어도 최면에 걸리지 않았다.
주희는 무영수라 최면 내내 우아하게 손을 들어 춤추는 동작을 보였다.
소영이 자신은 부산 갑부의 딸로 부러움 없이
지프를 타면서 러시아 발레 공연을 보며 행복한 미소를 짓는
모습을 보이다 깨어나더니 조금 더 최면 상태로 있었다면
친 부모의 모습을 볼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을 말했다.
오후 5시경에 샴페인을 마시고 있는데 법대 총장님이 전화를 했다.
박사학위 논문을 살피던 중에 미국, 영국 대법원 판례를 찾아야
하는데 너무 시간이 없으니 세 시간만 도와 달라고 해서
주희와 소영이는 총장님을 뵈려고 잠시 별장에서 나왔다.
영란은 최면요법에 신기해하면서 대화를 나눌 테니
총장님 일이 끝나면 별장에 들려 자신을 태우고 가라고 했다.
철중이 질문을 했다.
“아니 남자 3명만 있는 곳에 여자 친구 한 명을 남겨 놓고 둘만 나오다니.”
“그 당시에는 믿을 만한 사람들이 있어서 그랬는데.
그것이 화근이 된 거지.“ 달수가 말했다.
“뭐, 믿을 만한 사람이라니?”
참석자는 시중, 주성, 종달, 주희, 소영 그리고 영란이었다.
시중, 주성, 두 명은 의대에 합격한 소영이의 호적상 남매였다.
즉 철중의 삼촌들이었다.
뭉크미술원장님이 보내주신 작품입니다.
연재소설 : 아서라.
지은이 : 문봉지홍
제 25 화 ; 여명
하늘과 너울지는 파도가 만나는 파란 빛의 수평선 위를
수많은 갈매기가 날아다니면서 경계를 분명하게 했다.
철중은 바다 해안가를 달리면서 온통 푸른 풍경에 감탄을 하며
어디가 하늘이고 바다인가를 생각하다가 정신이 바짝 들었다.
엄마와 아빠가 있어 자신이 태어났다는 것은 확실하다.
엄마가 이영주가 아니고 차영란 이라면 자신의 출생은
어떤 비밀이 숨어있는 가?
혼란한 가운데 외롭게 살아 온 지난날들이 흔들리고 있다.
그리고 지금 자신이 맡은 사건이 아빠와 엄마와 관련이 있다.
난 누구며, 이 사건을 제대로 해결 할 능력은 있나?
환청으로 들렸던 말처럼 난 이 사건을 맡지 말아야 했나?
사건기록에 적혀 있는 곳을 다시 찾았다.
정신병원도 사라지고 아파트 현장이 되어 버렸다.
15년 전 자신에게 정보를 준 조직원은 석연치 않은 교통사고로
사망을 하고 허무열 노인도 세상을 떠났다.
해안도로 주차장을 찾아 푸른 바다에서 바위에 부딪쳐 흩어지는
파도를 보며 15년 전 사건과 최근의 사건을 머릿속에서
정리하자 여수에 더 이상 머물 이유가 없었다.
여수로 출발하기 전에 생년월일을 넣고 기영이라는 이름을
검색하다가 일치한 최기영이라는 이름이 뇌리를 스쳤다.
여수시 돌산리가 지금은 개발이 되어 돌산동으로
행정주소가 바뀌고 예전 집들과 논과 밭은 항공촬영
사진으로만 남아 있는 것을 확인했다.
동사무소에 양해를 구하고 기영이의 현 주소지를 따라 가
볼 생각으로 주민등록 초본 주소기록을 떼어 달라고 했다.
마지막 주소지는 움막으로 되어 있었다.
말이 움막이지 커다란 바위를 벽으로 삼아 금지된
석면 스레트를 올리고 바람에 날리지 말라고 돌을 올리고
시멘트로 두껍게 덧칠을 했다.
입구가 낡은 리어카로 막혀져 있다.
“안에 누구 계신가요?”
답이 없자 철중이 리어카를 피해 허리를 숙이고 작은
문 안으로 들어갔다.
라디오가 눈에 보였다.
그리고 작은 선풍기가 가전제품의 전부였다.
5평 정도의 방안은 너무 정갈하게 청소 되어 있었다.
많지 않은 식기류와 십 여벌의 옷가지 들이
행거에 가지런하게 정렬 되어있다.
외출 나가기 전에 깨끗하게 청소하고 돌아와 다시
사용하기 위해 정돈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서랍을 열어보니 사진 두 장이 들어있다.
부부로 보이는 남녀 사이에 중학교 옷을 입은 사내 아이 한명이
꽃을 가슴에 들고 있는 것을 보아 졸업사진 같았다.
철중은 사진을 핸드폰으로 찍고 제자리에 넣고 서랍을 닫았다.
주변에는 집도 없고 600~700m는 나가야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곳이라 마냥 기다릴 수는 없었다.
이장을 찾아 움막에 대해 물어 보았다.
박복례라는 사람이 살았던 곳이고 자신이 중매를
했다고 하면서 이사 가는 것을 보지 못했는데
어느 날부터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
남편은 성실하고 근면했으며 고아였는데 배를
구입하고 그 해 실종 되었다.
남편 빚으로 운영하던 식당을 빼앗기면서 움막에서 지냈다고 했다.
이장이 수차례 찾아가 남편 사망신고를 하라고 해도
응하지 않더니 사라졌다고 했다.
주민등록을 보여주면서 아이를 본적이 있냐는 질문을 했다.
남편의 이름은 최수복인데,
여인이 사라질 때까지 아이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 본적이 없다고 했다.
더구나 사채업 하는 사람들이 모든 재산을 빼앗아 처분하여
먹고 살기도 힘들어 남자를 만날 시간도 환경도 안 되었다고 했다.
최기영 이라는 아들을
호적에 어떻게 올리게 되었는지는 자신은 알 길이 없다고 했다.
움막에서 가져온 사진을 보여주었다.
이장은 너무 멀리서 찍은 사진이라 남자와 아이는 알 수 없지만
여인은 박복례 같아 보인다는 말을 했다.
마지막으로 연주의 집으로 향했다.
여기저기 썩은 나무가 악취를 풍겼다.
녹슨 제재기들과 나무를 싣고 움직이는 대차가 보였다.
몽립 기계 위에 거미줄이 쳐져있고 곧 터질 것 같이
녹슨 가스통이 보이는 대문 앞에는
경매로 강제집행 된다는 문구가 붙여져 있다.
어디에도 최근에 사람이 오간 흔적이 없다.
철중은 자정이 다 된 시간에 청주에 도착했다.
샤워를 하고 나서 별채 칠판에 박복례 라는 이름을 추가로 적었다.
수사가 제대로 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은
현장에 있을 범인의 입장을 바라보는 통찰력과 본능적인
감이 있어야 한다.
피해자의 심정과 범인의 움직임이 조각처럼 연결돼서 하나의
그림이 되면 수사가 제대로 진행되는 거구나 생각할 수 있다.
철중이 상상하는 퍼즐이 맞추어 진 곳에 차영란 이라는 이름이
들어가는 순간 모든 것이 산산 조각이 나고 만다.
머리를 감싸고 눈을 감아도 모였던 조각은 다시 흩어진다.
엄마는 왜 나와 아빠를 떠났을 가?
처음부터 이 사건을 맡지 말았어야 했나?
난 사랑과는 무관한 삶을 살아야 하는 운명인 것을
감히 거역하고 혜란 이라는 여인을 사랑한 대가를 받고 있는 건가?
잠을 설치고 출근을 하자 달수가 애매모호한데다
추측만 난무하고 구체적 증거는 눈을 씻고 찾아보아도
읽을 수 없는 업무일지를 작성해 가져왔다.
업무일지 위 메모지에 수사본부에서...라고 적혀있다.
달수가 형사2과를 지나치는데 동기가 혼자 앉아 있다.
“손형사 요즘 수사는 잘 진행 되나?”
동기는 머리를 흔들면서 힘들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2달이 다 되어 가는데 여전히 탐문수사에만 매달리고 있다고 했다.
살인동기도 모르겠고, 새벽이라 목격자도 없고,
범죄자들도 요즘은 전혀 말썽을 일으키지도 않는 다고 했다.
담배를 피우지 않는 달수는 용암사에서 산 담배를 동기에게 주었다.
담배를 들고 옥상으로 올라가는 동기를 따라 갔다.
답배를 입에 물고 라이터 불을 붙인 동기는
수상한 것은 거리에 있는 ccTV를 누군가가 훼손시켰다고 했다.
청주 시내 중요도로에 있는 ccTV 20%가 누군가에 의해
렌즈가 깨졌다고 말했다.
조사해 본 결과 렌즈가 깨진 시간은 밤 12시 이후며,
50m 안쪽의 거리에서 사제 총으로 쏘았다고 했다.
실탄은 쉽게 구 할 수 있는 작은 쇠구슬이었다.
놀라운 사실은 단 한 발로 실 수 없이 렌즈를 정확히 맞춘
명사수라는 거다.
이 회장 집에서 벤츠가 나왔는데 사건 현장인 국전리 마을회관에서
발견되기까지의 행적을 전혀 잡지 못하게 했다는 거다.
깨진 주변의 ccTV를 분석해 본 바에 의하면
너무도 정확하게 사각지대를 측정해서 사격했다는 것을 짐작하게 했다.
범인은 기계를 잘 다루면서도 민첩하고 영리했다.
고속버스터미널이 이전 되면서 땅 값이 천정부지로 올랐다.
중앙도서관 언덕을 내려가면서 달수는 철중이 집터에
건물을 올리면 최소 수 백억을 넘을 거라는 생각을 한다.
비밀번호를 누르고 둘만 아는 본부로 들어서면서 십년 안에
박봉을 모아 아파트 하나 얻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칠판에 박복례라는 새로운 이름이 적혀있다.
냉장고에서 맥주를 꺼내 의자에 앉았다.
꿈 많던 시절에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강력계 형사들은
위기를 잘 넘겼다.
경찰이 되고나서 6개월은 성범죄 반에 있으면서
가출 청소년이 너무 많다는 것이 놀라웠다.
범죄조직들이 이런 청소년들을 이용한다는 것에 분노하면서
강력계로 발령을 받자 범죄자들의 손목에 수갑을 채우는
장면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쿵쾅거렸었다.
달수는 강력계라는 직업에 매료되어 자신도 정의를 실현하는
형사가 되었다고 자부했다.
활기차고 목숨을 걸 정도로 모험적인 일들이 펼쳐지는 것을
상상하고 해결하려고 택한 직업이었다.
지금처럼 정보를 모으기 위해 사람의 비위를 맞추고
통 사정을 해 가면서 상대방의 증언을 듣기 위해
땀을 흘리며 동분서주하리라는 생각은 상상도 못했다.
어떤 날은 사건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 이야기를 들어야 했다.
그럴 때마다 시간에 늦지 않도록
모든 일정을 수정하고 달려와 수다스러운 이야기를 들어야하는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지금 맡고 있는 사건도 생각만큼 진척이 없고 주변 상황에
대한 정황은 시간이 너무 흘러 아는 바가 없다.
사건을 어디서부터 파고들어야 할지
막막해 지면서 자신의 한계를 탓하게 했다.
하지만, 갖가지 정보를 추정해서 인과관계를 추리하고
범인을 추적해서 검거한다면 자신의 직업은 분명 매력적이다. 라는
결론에 혼자 미소를 짓는데 철중이 박스 하나를
들고 들어오면서 비아냥거렸다.
“좋은 꿈을 꾼 모양이네.”
“혼자 실성한 모습으로 웃고 있으니...”
박스를 테이블에 올려놓고는 냉장고에서 생수를 꺼내
의자에 앉으면서 말했다.
“박복례라는 이름 보았지.“
“네, ?”
“최기영 이라는 아이의 엄마인데,
남편이 실종 된지 13개월 후에 아이 출생신고가 되었네.“
“주소지 면장하고 대화를 해 본 결과
아이를 낳고도 엄두가 나지 않아 미루다 늦었다면서
아이가 태어난 곳은 자신의 집이며
실종되기 전 남편이 아기를 받았다고 적혀있었네.
신원이 확실한 여수유지 두 명이
인우보증을 서서 출생신고가 접수 되었네.“
“확인해 보니 보증을 선 두 사람은 몇 년 전에 사망을 했고
사망한 신의주씨의 큰 아들 증언에 의하면
아버지의 친구 김기수라는 사람이
찾아와 부탁을 했다는 것을 확인했네.“
“문제는 김기수라는 사람이 당시는 물론 지금까지
25년 넘게 행불처리 된 사람이라는 걸세.“
“증언해 준 사람의 말로는 돌아가신 아버지의 절친으로
자주 뵙던 분이라 절대 착각이거나
잘못 보았다는 것이 아니라는 걸세.‘
“김기수가 살아 있는데 나타나지 않는 다면 분명
돌아가신 내 아버지나 내가 찾는 연주와 연관이 있다는 건데...“
“자네가 조사한 부분은 어떻게 되었나?”
달수는 현제 국회의원이면서 전직 판사 즉 호적상
철중의 고모 되는 강소영에게 들었던 영란 이라는 분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이영주는 아주 가난한 집안의 둘째 딸로 태어나 먹을 것이 없어
굶어죽지 말라고 용암사에 보내졌다. 절 음식에 대한 탁월한
손재주로 청주 갑부 차태식에게 인정받게 된 영주는
많은 돈을 받으면서 가족들의 생활을 윤택하게 돌보기 위해
젊음을 희생하며 차태식의 집안일을 하며 보냈다.
다른 이유가 있다면 태식에게 늦둥이 딸이 태어나면서 산모가 사망하자
마치 자신의 자식인양 온갖 사랑으로 아이를 키웠다.
그림에 타고난 재능을 가지고 있던 아이가
서울 경기 여자고등학교에 입학을 하자 태식은 세종이가
더 이상 딸을 지켜주지 못한다는 사실에 당황했다.
태식은 세종이의 양 아버지 강용필 원장을 찾아갔다.
같은 해에 같은 날짜로 입양한 시중, 주성, 세종, 소영을 잘 알고
있는 태식은 세종이가 남자라 자신의 딸 곁을 더 이상 지켜주지
못하니 소영이를 경기 여자고등학교에 입학 시켜 딸과 같이 생활하게
하자며 설득하고 4명의 학비를 지원해 주겠다는 약조를 했다.
학교 부근에 집을 마련하고 엄마 역할을 충실하게 하는 영주를 보내
딸과 소영이 뒷바라지를 시켰다.
열심히 공부하면서 무탈하게 지낸
영란과 소영이는 나란히 s대 법대에 입학을 했다.
대학 2학년이 되던 해 여름 방학에 청주에 내려온 영란은
대청댐 상류에서 두 번 자살을 시도했다.
태식의 명령으로 청주에 내려온 영란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던
세종이가 영란의 목숨을 두 번 다 구해 주었다.
영란의 자살 이유가 임신 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영주는
서울생활 당시 자신이 제대로 아가씨를 보필하지 못해서라며 죄책감에
몇 날을 식음을 전폐하고 울다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다.
뜻밖에 암 4기 진단을 받고 길면 6개월 밖에 살지 못한다는
의사의 진단을 받았다.
영란은 교정으로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
소영은 사법고시 준비로 절에 들어가 공부에 매진하느라
아무것에도 관심을 두지 않았다.
사법고시 3차 시험에 통과되면서
신원조회서류를 살펴보다가 세종이가 자신도 모르게
결혼을 해 아이 철중이가 호적에 올려 져 있는 것을 보았다.
놀라운 것은 서울 생활을 하는 동안 영란과 자신에게 엄마처럼
밥과 빨래를 해 주며 헌신하던 분이 28살의 나이 차이를 넘어
호적상 자신과 쌍둥이인 세종이의 부인으로 올려져있었다.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자신도 몰랐던 세종과 영주사이에
아들 철중이라는 조카 이름이 버젓이 적혀 있고,
6개월 후에 이영주라는 분이 사망신고로 재적되어 있었다.
영란을 뒤늦게 수소문 해 보았지만,
이미 가출을 해 행방이 묘연했다.
세종을 몇 달 동안 추궁하고 설득해서 겨우 내막을 알 수 있었다.
영란이 벤드 녹화방송을 마치고 MBC방송국을 나오는 날
많은 동기들과 선배들이 방송국 앞에 모여 축하 현수막을
걸어놓고 조촐한 파티를 열어 주었다.
다음 날 술이 덜 깬 상태에서 서종 별장을 빌린 동기 주희의
간절한 부탁으로 의대생들과 미팅을 하게 되었다.
의대생중 레지던트 선배 한 명이 최면요법으로 전생에 자신들이 무엇을
하면서 지냈는지 재미로 알아보자고 했다.
남자 두 명이 먼저 지원을 했다.
2분 만에 잠들은 한 명은 전생에 일본 헌병 앞잡이 노릇을
한 것이 부끄럽다며 말 수가 줄어들었다.
다른 한명은 임진왜란 때 권율 장군을 도와 행주산성에서
소리를 지르며 싸우느라 최면에서 벗어났을 때는 목이 쉬었다.
영란이 차례가 되었지만,
2분이 지나 5분이 되어도 최면에 걸리지 않았다.
주희는 무영수라 최면 내내 우아하게 손을 들어 춤추는 동작을 보였다.
소영이 자신은 부산 갑부의 딸로 부러움 없이
지프를 타면서 러시아 발레 공연을 보며 행복한 미소를 짓는
모습을 보이다 깨어나더니 조금 더 최면 상태로 있었다면
친 부모의 모습을 볼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을 말했다.
오후 5시경에 샴페인을 마시고 있는데 법대 총장님이 전화를 했다.
박사학위 논문을 살피던 중에 미국, 영국 대법원 판례를 찾아야
하는데 너무 시간이 없으니 세 시간만 도와 달라고 해서
주희와 소영이는 총장님을 뵈려고 잠시 별장에서 나왔다.
영란은 최면요법에 신기해하면서 대화를 나눌 테니
총장님 일이 끝나면 별장에 들려 자신을 태우고 가라고 했다.
철중이 질문을 했다.
“아니 남자 3명만 있는 곳에 여자 친구 한 명을 남겨 놓고 둘만 나오다니.”
“그 당시에는 믿을 만한 사람들이 있어서 그랬는데.
그것이 화근이 된 거지.“ 달수가 말했다.
“뭐, 믿을 만한 사람이라니?”
참석자는 시중, 주성, 종달, 주희, 소영 그리고 영란이었다.
시중, 주성, 두 명은 의대에 합격한 소영이의 호적상 남매였다.
즉 철중의 삼촌들이었다.